철학의 틈 — ‘왜 사는가’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

글 · 틈의 기록 | 2025.11.25

“삶의 목적을 찾는 것보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소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

Ⅰ. ‘왜 사는가’라는 질문이 우리를 막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살고 있을까?” 하지만 이 질문은 대부분 마음을 가볍게 해 주기보다, 막막함과 공허함을 더 크게 만든다.

사실 이 질문은 너무 크다. 마치 오늘 저녁 메뉴를 고르기 전에 “우리는 왜 먹는 존재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과 비슷하다. 질문은 중요하지만, 삶의 흐름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철학자들은 말한다. ‘왜’ 보다 ‘어떻게’ 를 묻는 순간, 삶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가깝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보낼지 결정하는 작은 선택부터 시작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가?”를 묻기보다 “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고 싶은가?”를 묻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해준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질문을 잡고 있으면 삶이 무거워지고, 바꿀 수 있는 질문을 잡기 시작할 때 삶은 조금씩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삶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태도를 선택해 가는 과정이다.”
—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우리는 종종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큰 목적을 세우려 한다. 하지만 의미는 거창한 목표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동안 반복되는 작은 태도들이 우리의 삶을 조용히 빚어간다.

예를 들어, 피곤한 하루에도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 혹은 혼자 있는 시간을 정성스럽게 사용하려는 선택. 이런 행동들은 작아 보이지만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방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목적은 하루에 몇 번만 떠올리지만, 태도는 하루에 수십 번 반복된다. 그래서 태도가 결국 삶의 결을 결정한다.

이 질문은 삶의 속도를 바꾼다. 사람들의 기준, 사회적 기대, 비교 속에서 흔들릴 때조차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나에게 다시 중심을 잡아준다.

SNS에서 남과 비교하고 초조해질 때, 미래가 불투명해 걱정이 커질 때, 이 질문은 우리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지금,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삶은 결국 거대한 결론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하나의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두 질문의 크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은 언제나 ‘어떻게’에 있다.

오늘 하루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작은 선택 속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살고 싶은가’를 계속 묻는 순간, 그 자체가 이미 삶의 의미가 된다.

“삶의 의미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속에서 만들어진다.”
—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