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틈 — 교육과 자본의 격차

글 · 틈의 기록 | 2025.11.06

“기회는 평등하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 피에르 부르디외 (Pierre Bourdieu)

Ⅰ. 시작점이 다른 사회

“공부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 문장을 믿어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 믿음에 균열을 내고 있다. 교육의 기회는 이미 자본의 크기에 따라 나뉘어 있고, 아이들의 출발선은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정해진다.

사교육의 질, 학교의 환경, 문화적 자본의 축적. 이 모든 요소들이 ‘노력’이라는 단어를 상대화시킨다. 이제 노력은 기회의 조건이 아니라, 이미 기회를 가진 사람의 특권이 되어버렸다.

교육은 더 이상 단순한 ‘배움의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곧 ‘자본의 언어’로 번역된다.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 어떤 어학 점수를 가졌는가, 어떤 인맥과 경험을 쌓았는가.

이력서의 줄 하나는 한 가정의 자본 구조를 반영한다. 결국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 고착의 울타리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공정한 경쟁’을 이야기하지만, 출발선이 다르다면 그 말은 공허해진다. 어떤 이는 평평한 길을 달리고, 어떤 이는 언덕을 기어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결과만을 본다. “저 사람은 노력했으니까 성공했지.” 하지만 그 노력의 바탕에는 이미 누군가의 자본이 조용히 깔려 있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미래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다. 부의 격차는 단지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정보, 인맥, 문화, 태도의 차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다음 세대에서 또다시 반복된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세습’이다. 교육은 더 이상 평등의 도구가 아니라, 차이를 정당화하는 장치가 되어가고 있다.

격차를 없애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틈을 ‘모른 척하지 않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교육의 틈, 자본의 틈, 그리고 그 사이에 선 인간의 모습. 그 복잡한 구조를 직시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공정’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지식은 자유의 시작이지만, 자본은 그 문을 여는 열쇠다.”
— 틈의 기록

우리가 서 있는 자리는 우연이 아니다. 그 틈을 인식하는 순간, 다음 세대를 위한 문 하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