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틈 — 보이지 않는 사회의 간극
글 · 틈의 기록 |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 아마르티아 센, 《자유로서의 발전》 (1999)
Ⅰ. 눈에 보이지 않는 균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숫자로 움직인다. 지표와 통계, 수치와 성장률. 그러나 그 속에는 늘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다. 누군가는 같은 도시의 불빛 아래에서도 서로 다른 온도, 아니 — 서로 다른 지면의 높이 위에서 서 있다. 이 균열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우리 사이를 갈라왔다.
Ⅱ. 한 사람의 이야기
민수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돌아온다. 그는 늘 ‘조금만 더 벌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괜찮음은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다. 회사에서는 효율을 말하고, 사회는 경쟁을 칭송한다. 그러나 그가 느끼는 건 피로와 불안, 그리고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다. ‘나는 노력하고 있는데 왜 나아지지 않을까?’ 그 물음은 매달 월급명세서 아래, 조용히 눌려 있다.
Ⅲ. 균형이 무너지는 이유
경제의 흐름은 늘 성장과 효율을 강조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의 리듬은 종종 무시된다. 경제학자 케인즈가 말한 ‘충분한 삶의 여유’는 오늘날의 구조 속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인간이 중심이어야 할 체계가 이제는 인간을 조정하고 있는 듯하다. ‘살기 위한 노동’이 ‘존재를 지탱하는 이유’로 바뀐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의미를 잃기 시작한다.
Ⅳ.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소득 격차, 자산 불균형, 기회의 편중. 모두 통계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의 간극은 그 어떤 그래프로도 나타낼 수 없다. 불안, 자책, 무력감. 그것은 수치가 아닌 인간의 서사로 존재한다. 이 사회의 진짜 간극은 돈이 아니라,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에 있다.
Ⅴ. 틈에서 다시 생각하기
경제의 틈은 단순히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있다. ‘나는 괜찮으니까 괜찮을 거야’라는 말 속에 보이지 않는 무심함이 스며든다. 누군가는 그 무심함에 눌려, 목소리를 잃는다. 진정한 경제의 회복은 수치의 반등이 아니라 서로의 현실을 이해하려는 시선에서 시작된다.
Ⅵ. 결론 — 균열의 의미
보이지 않는 간극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균형을 잃었는가. 그리고 그 균형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다시 바라보아야 하는가. 경제라는 말의 본래 의미는 ‘집을 다스리는 일’이었다. 결국 그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그 사이의 틈을 메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성장의 시작일지 모른다.
“인간은 단지 먹고사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찾아 헤매는 존재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