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틈 —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극

글 · 틈의 기록 | 2025.11.07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오직 삶의 나무만이 푸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Ⅰ. 완벽한 이론의 불완전한 현실

학문은 늘 세계를 설명하려 한다. 인간의 이성은 혼돈을 질서로 만들고자 하며, 수많은 개념과 공식, 모형을 통해 세계를 단순화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의 깔끔한 선을 따르지 않는다. 변수는 무한하고, 인간은 불완전하며, 상황은 언제나 예외로 가득하다. 학문이 진리를 추구할수록, 현실은 언제나 예외를 남긴다.

학문은 진리를 향한 가장 체계적인 시도다. 하지만 그 시도는 언제나 ‘추상’ 위에 서 있다. 이론은 현실을 단순화하고, 인간의 복잡한 삶은 그 틀 바깥에서 흐른다.

그래서 때로는,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학문이 되기도 한다. 불확실한 현실을 정리 가능한 문장으로 바꿀 때, 그 과정에서 세계의 생생함이 사라진다.

교육 현장, 연구소, 사회정책의 자리에서 이론은 종종 ‘이상’으로 머무른다. 논문 속에서는 완벽한 모델이지만, 현실에선 수많은 인간적 변수가 개입한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은 사회정책 이론 중 '이상'으로 머물러 왔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현실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있다.

학문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선 인간의 감정과 상황, 그리고 ‘예외’를 이해해야 한다. 이론은 구조를 설명하지만, 삶은 구조 바깥에서 일어난다.

아는 것과 사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다. 지식은 머리에 쌓이지만, 지혜는 몸으로 체득된다. 학문은 세상을 ‘이해’하려 하지만, 인간은 그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진짜 앎은 이론과 현실이 만나려는 지점, 즉 ‘틈’ 속에서 태어난다. 학문이 현실을 향해 다가갈 때, 그 순간에 비로소 진리는 살아 숨쉰다.

학문은 완벽함을 향하지만, 지성은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성숙한다. 이론이 전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사유의 여백을 얻게 된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틈은 한계이자 가능성이다. 그 간극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라볼 때, 학문은 다시 인간을 향하게 된다.

“앎의 목적은 완벽한 설명이 아니라, 불완전한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 틈의 기록

진리는 완성의 형태가 아니라, 끝없이 수정되는 대화의 형태로 존재한다.

학문의 틈 — 융합 연구에서 찾은 통찰 (0)	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