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의 틈 — 마음 속 이상과 현실의 간극

글 · 틈의 기록 | 2025.11.01

Ⅰ. 마음이 만들어낸 또 다른 나

누구나 마음속에 ‘이상적인 나’를 그린다. 더 나은 모습으로 살고 싶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상은 언제나 현실보다 한 발 앞서가고, 그 차이는 때로 우리를 자극하지만, 때로는 깊은 좌절로 이끈다.

퇴근 후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오늘도 잘 해냈어”라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작게 중얼거린다. “그래도 아직 멀었잖아.” 마음속의 이상이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채찍질한다.

이상은 우리의 나침반이지만, 현실은 늘 바람에 흔들리는 바다 같다. 목표를 세웠는데 실행이 이어지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지쳐 아무 의욕도 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책망한다. “왜 이렇게 나약하지?”

하지만 그 질문은 이미 방향을 잃은 나침반과 같다. 스스로를 다그칠수록 이상은 더 멀어지고, 현실의 나는 점점 작아진다. 이상은 결코 도착점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일 뿐인데 우리는 그것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로 착각하며 자신을 옥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인간의 고통이 ‘이상 자아(ideal self)’와 ‘현실 자아(real self)’의 불일치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우리는 완벽해야 한다는 이상과, 그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 사이의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이 불일치는 마치 내 안에 두 사람이 사는 것과 같다. 한 사람은 “조금만 더 잘하자”고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이만하면 충분해”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이 둘은 좀처럼 같은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마음의 피로는 바로 그 어긋남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은 완벽을 목표로 삼지만, 완벽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함은 오히려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 “이 정도면 됐다”는 안도의 순간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는 늘 두려움과 함께 산다. ‘실수하면 어쩌지?’, ‘사람들이 나를 실망하면?’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멈춰버린다.

이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완벽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불완전함을 수용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의 여지를 가진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그래도 노력했어”라고 말하는 연습, 그것이 자기이해의 첫걸음이다. 이상을 향해 나아가되, 현실의 나를 외면하지 않는 태도. 그 균형이 바로 마음의 안정이다.

마음의 틈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상을 향한 간절함이 있었기에, 그 거리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틈을 부정하지 않는 일이다. 틈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더 단단해진다. 우리는 불완전함 속에서 자신을 이해하며, 그 틈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다. 그러나 그 간극은 두려워할 틈이 아니라, 자신을 탐구할 여백이다. 그 여백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상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현실은 우리를 단련시킨다. 그 사이의 틈에서, 우리는 인간이 된다.”

심리의 틈 — 숨겨진 마음의 공간 (3)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