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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위기 앞에서 다른 선택을 한 두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 틈의 사유

by Viaschein 2026. 3. 19.

위기가 찾아왔을 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듯 기업도 그렇다.

어떤 이는 움츠러들고,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다른 길을 찾는다.

어떤 이는 남들이 포기할 때 혼자 계속 걷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산업, 같은 위기. 그런데 그 위기를 건너는 방식이 달랐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된다.

포기하지 않은 쪽이 이겼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HBM이라는 기술이 있다. 고대역폭메모리.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이다.

한때 이 기술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시장이 열릴지 확신하기 어려웠고, 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삼성전자가 개발 축소를 결정할 때 SK하이닉스는 개발을 계속했다.

과거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따라하는 전략만 펼쳤다.

HBM 관련 실무 조직이 개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했고 이를 경영층이 수용했다.

작은 결정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정이 지금의 지도를 바꿨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된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두 기업이 선택한 서로 다른 길

지금 두 기업은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TSMC, 한미반도체 등 외부 생태계를 총동원하는 개방형 협업 모델을 추구한다.

베이스 다이 공정을 TSMC에 위탁하고 패키징을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방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장비, 메모리까지 내재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SK하이닉스는 문을 열었다.

잘하는 파트너를 찾아 손을 잡았다.

속도가 빨라졌고, 검증된 기술을 쓸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안으로 모든 것을 가져왔다.

파운드리, 장비, 메모리. 하나의 지붕 아래 다 두려 했다.

기술적 일관성을 지키려 했고, 공정 안정성을 스스로 통제하려 했다.

어느 쪽이 옳은가.

지금 당장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25년 2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62%로, 경쟁자인 마이크론 21%와 삼성전자 17%를 압도했다.

그런데 이 숫자가 영원히 고정되지는 않는다.

 

 

삼성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늦어진 것이다

삼성전자가 HBM 경쟁에서 뒤처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을 끝이라고 보는 시각은 이르다.

삼성전자의 핵심 전략은 최선단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데이터 전송 속도 확보다.

HBM4에는 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됐으며, 기본 동작 속도는 11.7Gbps로 JEDEC 표준 8Gbps 대비 46% 빠르다.

삼성은 지금 다시 올라오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무겁게.

2025년까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거의 독점 공급했다면, 2026년부터는 삼성전자도 주요 공급 파트너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늦었다고 끝난 게 아니다.

다만 늦은 만큼 더 무거운 것을 들고 올라와야 한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가.

그것이 삼성전자 앞에 놓인 질문이다.

 

 

틈은 어디에 있는가

두 기업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틈이 하나 보인다.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 한 기업은 문을 열었고 한 기업은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그 선택의 차이가 지금의 격차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틈은 단순히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협력을 선택하는가, 고립을 선택하는가. 빠른 길을 택하는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길을 택하는가. 포기하는가, 계속 걷는가.

양사는 이번 사이클에서 수율 중심·선단 공정 집중 전략을 택했다.

과거처럼 웨이퍼 투입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최첨단 공정 전환에 투자를 집중하고, 수익성이 검증된 고부가가치 제품에 투자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이다.

둘 다 결국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다만 그 방향에 닿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방법의 차이가 결과를 만든다

두 기업은 지금도 같은 하늘 아래 경쟁하고 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을 했는지는 아직 완전히 판가름 나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개방형 협업이 옳을 수도 있고, 삼성전자의 수직 통합이 결국 더 단단한 기반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같은 위기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이후의 모습을 결정한다.

그 선택의 순간들이 쌓이는 곳에 기업의 본질이 드러난다.

선택의 차이는 커 보일 수 있어도

결과의 차이를 매워 나가면서 그 틈을 좁혀 나갈 수 있다.

틈은 유기적이어서 언제든 그 공간을 조절해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선택은 결과의 틈을 조절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의 틈

같은 출발선에 서 있었다. 같은 위기를 마주했다.

그런데 한쪽은 문을 열었고, 한쪽은 안으로 들어갔다.

그 선택의 차이가 지금의 거리를 만들었다.

위기 앞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한가.

결국 그 선택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자신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방향을 택하는 것.

그것이 결과의 틈을 좁혀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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