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의 틈 — ‘귀찮음’이라는 감정의 뿌리

글 · 틈의 기록 | 2025.11.19

“감정은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이해할 때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 틈의 기록

Ⅰ. ‘귀찮다’는 말의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 귀찮아…”라는 말을 한다. 설거지를 앞에 두고, 메시지를 답해야 할 때, 해야 할 일을 알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

하지만 이 감정은 단순한 나태함이 아니다. 귀찮음은 때로 “지금은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마음의 신호일 수 있다.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마음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 이 작은 틈에서 귀찮음이라는 감정은 모습을 드러낸다.

귀찮음은 보통 ‘하기 싫다’는 감정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귀찮음을 에너지 보존 본능으로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복잡한 일을 앞두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직 사용하고 싶지 않을 때, ‘귀찮다’는 감정을 보내 우리를 멈추게 한다.

그래서 평소엔 잘하던 일도 피곤한 날에는 유독 귀찮아지고, 감정적으로 지친 날엔 사소한 일도 크게 느껴진다.

귀찮음은 사실,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몸과 마음의 균형 장치다.

“우리가 귀찮음을 느끼는 이유는 마음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 심리학 연구 노트

귀찮음은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1)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때 — 부담이 클수록 시작하기가 어려워진다.

2) 결과가 불확실할 때 — “해도 의미 없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움직임을 막는다.

3) 감정적으로 지쳐 있을 때 — 감정 에너지가 낮으면 작은 일도 커 보인다.

4) 선택지가 많을 때 — 고를 것이 많으면 행동까지의 과정이 길어져 귀찮음이 생긴다.

결국 귀찮음은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둘러싼 감정과 상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귀찮은 이유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우리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인다.

예를 들어, 출근 준비가 유난히 귀찮은 날은 일이 아니라 “오늘은 나에게 무리일지도 몰라” 하는 피로의 신호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것이 귀찮다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지금은 감정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뜻일 수 있다.

귀찮음을 탓하기보다 그 감정이 말하는 메시지를 듣는 편이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귀찮음은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의 언어다.”
— 틈의 기록

우리는 ‘귀찮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가볍게 흘려보내지만, 그 안에는 우리의 심리 상태와 욕구가 담겨 있다.

귀찮음은 우리에게 말한다. “지금의 나는 어떤 상태인가?”라고.

그 질문을 잠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귀찮음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귀찮음이 보내는 마음의 신호를 이해하는 일이다. 그 틈에서 우리는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