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틈에서 답을 찾다’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요구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간격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운전면허는 있었지만 10년 동안 운전을 하지 않았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트럭을 몰고 현장으로 가야 하는 상황.
그곳에서는 그것이 당연했지만, 나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그 차이는 나를 점점 작아지게 만들었다.
현장은 낯설었고, 일은 끝이 없었다.
아침 6시 30분에 출근해서 밤 11시가 넘어 퇴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사이 아이가 태어났고, 나는 집에 와서 쓰러져 잠들기 바빴다.
낮에는 치이고, 밤에는 무너지고, 속에는 화만 쌓여갔다.
그 화는 결국 혈압이라는 형태로 내 몸에 남았다.
문제는 일만이 아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더 깊은 혼란에 빠졌다.
사람들을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왜 끌려가느냐는 말을 들었고,
동시에 내 멋대로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요구도 받았다.
서로 반대되는 말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와이프에게 말했다.
“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울면서 했던 그 말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정말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버틴다고 해결되는 건 없었다.
마지못해 출근하고, 마지못해 일하고, 마지못해 퇴근하는 삶.
그건 버티는 게 아니라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리고 우리 가족도.
그래서 처음으로 내 감정을 들여다봤다.
왜 나는 이렇게 화가 많은 걸까.
그때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었다.
“불천노 불이과”
나의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나는 회사에서 받은 화를 그대로 집으로 가져오고 있었다.
그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를 바꿨다.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작은 ‘구분’을 만들었다.
회사와 집 사이에 하나의 틈을 만들었다.
회사는 일하는 공간, 집은 살아가는 공간.
정보는 공유하되 감정은 가져오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야근을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에서 얻는 이익보다 가정에서 잃는 것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너지던 흐름은 멈췄다.
조금씩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일에도 익숙해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시작했다.
현장과 나의 일을 구분하면서 불필요한 충돌도 줄어들었다.
집에서는 화내는 아빠가 아니라 함께 웃는 아빠가 되어갔다.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나를 숨기고 있었다.
힘든 모습은 감추고, 괜찮은 척을 하면서 그럴듯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다.
솔직하게 말하기보다는 포장된 나를 내보내는 것이 더 익숙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어갔다.
겉과 속의 간격은 커졌고, 그 틈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한다.
완벽해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부족하고 나약한 모습일지라도 그대로 드러내 보려고 한다.
대신 한 가지는 분명하게 남기고 싶다.
나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의 글은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 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다.
어쩌면 여전히 흔들릴 것이고, 여전히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틈들이
나를,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를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항상 거대한 변화일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그 사이에 있는 작은 틈 하나가
모든 흐름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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