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틈 — 현대인의 마음 속 거리
글 · 틈의 기록 | 2025.11.11
“우리의 시대는 소통의 시대가 아니라, 연결된 고독의 시대다.”
— 셰리 터클(Sherry Turkle), 『혼자 있고 함께 있기(Alone Together)』
Ⅰ.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마음
매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비슷한 시간에 식사하며, SNS로 서로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우리는 분명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연결되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마음은 멀어졌다고 느낀다.
한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매일 대화를 하지만, 진짜 대화는 없다.” 화면 속 메시지는 빠르게 오가지만, 감정의 온도는 점점 식어간다. 관계는 유지되지만, 정서적 교감의 끈은 느슨해진다. 이는 단순히 인간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인의 삶의 구조 자체가 만든 거리감일지도 모른다.
Ⅱ. 관계 속에서 사라지는 ‘느림’의 감각
우리는 효율과 속도의 세계 속에 산다. 답장은 즉시 와야 하고, 감정은 간결해야 하며, 만남은 ‘의미 있는 시간’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진짜 관계는 그렇게 빠르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말했다. “진정한 발견의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거리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더 잘 보기 위한 시선’을 가질 때, 관계는 비로소 깊어진다.
즉각적인 반응이 전부가 아닌 세계, 잠시 멈추어 상대의 말을 곱씹는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연결의 시작이다.
“느림은 단지 속도의 반대가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품질이다.”
— 칼 아너레(Carl Honoré), 『느림의 발견(In Praise of Slow)』
Ⅲ. 무관심이 만든 심리적 틈
최근 한 부부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소개로 만나 조건이 잘 맞아 결혼했지만, 남편은 아내의 머리 모양도, 하루의 피로도도 모른다. 그에게는 그것이 ‘관심의 영역 밖’이었고, 아내에게는 ‘함께 살지만 외로운’ 느낌을 받았다.
이 이야기의 본질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관심이 결여된 일상의 축적에 있다. 우리는 물리적 거리는 좁혀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데는 서툴다. 상대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더 무심해지는 역설이 생긴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의 의지이다.” 결국 관계를 유지하는 힘은 감정의 유무보다 관심의 습관에 있다.
Ⅳ. 마음의 거리, 그 속의 여백
마음의 거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관계는 없다. 그 사이의 틈은 불완전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숨 쉬게 하는 여백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 틈을 방치하지 않고, 이해와 배려로 채우려는 의지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때로는 상대를 오해하고, 무심해지고, 서운해한다. 그러나 그 모든 감정 속에서도 “서로의 틈을 인정하는 순간” 관계는 비로소 회복력을 가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 레오 톨스토이(Leo Tolstoy)
Ⅴ. 결론 — 틈을 이해하는 용기
현대인의 마음 속 거리는 단절이 아니라 사유의 틈이다. 그곳에는 여전히 다가가려는 의지, 이해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사랑의 미완성이 공존한다.
우리는 완벽하게 이어질 수 없지만, 그 불완전한 틈을 인정하는 용기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성장한다. 결국 관계란, 서로를 향해 다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이다.
© 2025 틈의 기록 | 사람과 관계의 심리를 탐구하는 ‘사람의 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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