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과 망설임 사이의 마음을 피우는 법 - 입춘(한로로)
틈의 기록 · 2026-02-01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바삐 오가던 바람 여유 생겨 말하네요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겨울은 대개 두 가지 얼굴을 갖는다. 한쪽은 고요한 쉼이지만, 다른 한쪽은 길고 차가운 정적이다. 그 정적 속에서 마음이 얼어붙을 때면, 정말로 누군가가 다가와 그 얼음을 녹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한로로의 입춘은 바로 그 얼어붙은 마음을 향해 다가오는 노래다. “봄을 기다린다는 말, 그 말의 근거가 될 수 있나요”— 이 질문은 사실 계절을 묻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시 피어날 수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는 간절함이다.
우리의 겨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의 과정이고, 그 과정 속에서 지친 마음이 새로운 온도를 요구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시리고 고요한 겨울 한복판에서 새로운 봄을 요구하는 한로로의 입춘이 계속 귓가에 맴도는 이유다.
Ⅰ. 얼어붙은 마음이 묻는 첫 번째 질문
얼어붙은 마음에 누가 입 맞춰줄까요?
이 구절은 사랑의 간청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향한 속삭임이다. 여기에는 “누가 나를 구해주길 바라”라는 의존이 아니라, “나는 아직 녹을 수 있는 존재인가”라는 내면의 확신을 찾는 마음이 숨어 있다.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우리는 늘 먼저 스스로를 의심한다. 나의 마음이 아직 살아 있는지, 혹은 다시 움직일 용기가 남아 있는지.
망설임은 그래서 무력함이 아니라,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자연스러운 방어다.
Ⅱ. “이번엔 놓지 말라”는 봄의 목소리
바삐 오가던 바람 여유 생겨 말하네요
내가 기다린다는 봄 왔으니 이번엔 놓지 말라고
봄은 우리가 기다리는 계절이지만, 이 가사에서는 오히려 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한다. 시작은 때로 우리가 준비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계절이 먼저 다가와 “지금이면 충분해”라고 말해주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시작과 망설임 사이의 틈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아직 준비되지 않았지만, 이미 다가온 계절이 우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그 틈에서 우리는 비로소 움직일 수 있다.
Ⅲ. 피어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인간적인 말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첫 봄 인사를 건네줘요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
이 문장은 새싹이 흙을 밀어 올리는 순간의 떨림과 같다. 아슬하다는 말에는 두려움과 희망이 동시에 들어 있다. 삶의 새봄을 맞이하고 싶지만, 아직 충분히 따뜻해지지 않은 마음의 온도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표현.
주저함 속의 진심, 두려움 속의 가능성, 도움 요청 속의 용기— 이 세 가지가 입춘의 한가운데를 채운다.
그리고 그 틈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 피어오르는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다.
Ⅳ.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라는 약속의 무게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할게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
여기에서 노래는 방향을 바꾼다. 이제는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누군가를 위로할 준비가 된 사람의 마음이 드러난다.
“초라한 나를 꺾어가요”라는 말은 희생이 아니라 내어줌이다. 누군가에게 나를 내주어도 괜찮을 만큼 내 마음이 다시 살아났다는 증거다.
망설임의 틈을 지나면, 우리는 언젠가 이렇게 변한다. 받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마음을 선물하는 사람이 된다.
동시에 이 말에는 ‘나를 꺾어가도 좋을 만큼, 나는 다시 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회복에 대한 확신도 담겨 있다.
Ⅴ. 시들어가는 순간에도 남는 마지막 바람
이 벅찬 봄날이 시들 때 한 번만 나를 돌아봐요
모든 봄은 언젠가 시든다. 하지만 시들어가는 순간조차 부끄러움이 아닌, ‘다시 나를 돌아봐 달라’는 고요한 청원이 된다.
시작과 망설임 사이의 틈은 피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지고 난 뒤 다시 돌아올 계절을 준비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봄은 단 한 번만 오는 계절이 아니다. 마음은 매년, 혹은 매일이라도 다시 피어날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믿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