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의 사유 - 조경은 왜 건설의 주변부로 남아 있었을까
건설 현장에서 조경은 늘 마지막에 등장한다. 건물이 완성되고, 도로가 놓인 뒤에야 비로소 ‘외부 공간’이 논의된다. 이 순서는 오랫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조경은 정말 부차적인 영역이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취급되어 왔을 뿐일까.
Ⅰ. 건설 산업이 성장해 온 방식
건설 산업은 오랫동안 명확한 성과를 요구받아 왔다. 면적, 물량, 공기, 비용. 이 네 가지는 수치로 증명할 수 있었고, 성과를 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었다.
조경은 이 구조에 잘 맞지 않았다. 나무가 자라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공간의 질은 즉각적인 숫자로 환산되지 않았다. 건설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은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밀려났다.
Ⅱ. ‘외부 공간’이라는 명명
조경이 다루는 공간은 흔히 ‘외부’로 불린다. 이 표현에는 미묘한 위계가 숨어 있다. 주요 공간은 내부에 있고, 외부는 그 다음이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람들의 체류를 결정짓는 것은 건물 내부만이 아니다. 걷는 길, 머무는 광장, 그늘과 바람의 흐름은 도시 경험의 핵심을 이룬다. 그럼에도 이 공간들은 오랫동안 부속 요소로 분류되어 왔다.
도시를 구성하는 것은 건물의 높이보다 사람이 머무는 높이다.
Ⅲ. 수익 구조가 만든 우선순위
민간 개발에서 조경은 비용으로 인식되기 쉬웠다.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높이지 않는 요소, 단기간 수익을 만들어내지 않는 영역. 이 인식은 조경을 ‘줄일 수 있는 항목’으로 만들었다.
반면 건물은 명확한 자산이 되었고, 조경은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남았다. 자산과 비용이라는 구분은 산업 내부에서 조경의 위치를 고정시켰다.
Ⅳ. 유지의 시대가 드러내는 한계
도시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서 이 구조의 한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새로 짓는 것보다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해진 지금, 조경은 더 이상 부차적인 역할에 머물 수 없다.
공공 공간의 질은 도시의 지속성을 결정하고, 녹지와 열린 공간은 기후와 안전, 삶의 밀도와 직접 연결된다. 그럼에도 조경이 여전히 주변부에 머문다면, 도시는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Ⅴ. 주변부라는 위치가 남긴 질문
조경이 건설의 주변부로 남아 있었던 이유는 전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질문은 바뀐다. 조경을 중심으로 옮길 준비가 되었는가가 아니라, 우리는 여전히 성장을 ‘얼마나 더 지을 수 있는가’로만 측정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의 끝에는 공간을 만드는 조경의 미래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이 바로 우리가 바라보는 틈이다.
주변부에 머문 것은 조경이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