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의 일기 — 감정 기복이 심했던 한 주의 기록
글 · 틈의 기록 | 2025.12.10
“마음은 날씨와 같아서, 맑음과 흐림이 스스로 오는 법이다.”
— 박완서
Ⅰ.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들썩임
이번 주는 유난히 감정의 결이 일정하지 않았다. 아침엔 말할 수 없이 가벼웠다가 오후가 되면 갑자기 무거운 바위가 가슴에 내려앉는 듯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내면의 파도가 사소한 말 한마디, 혹은 지나가는 표정 하나에도 흔들렸다.
정신의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하루 동안 경험하는 감정의 강도는 ‘사건’보다 ‘내면의 해석’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이번 주의 나는 그 말에 지나치게 충실한 사람처럼 보였다. 감정의 거친 파도 속에서 작은 균열들이 제 멋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 틈들은 거창한 의미를 요구하지 않았다. 단지, 내가 너무 오랜 시간 ‘괜찮아야 한다’는 태도 속에 머물러 있었음을 조용히 드러낼 뿐이었다.
Ⅱ.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한 순간들
나는 종종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그 감정을 숨기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이번 주에도 마찬가지였다. ‘힘들다’는 말 대신 ‘조금 피곤해’라고 얼버무렸고, ‘마음이 쓰인다’는 말 대신 ‘괜찮아, 별일 아니야’를 반복했다.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는 “우리가 말을 아끼는 순간, 감정은 혼자서 자라난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문장을 떠올릴 때면 마음 한쪽에서 작은 통증이 느껴진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틈 속에서 더 크게 번져갔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삼킨 말들이 오히려 나를 멀어지게 만들었던 순간들. 그 조용한 간극 위에서 이번 주의 나는 균형을 잃곤 했다.
Ⅲ.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내면의 구조
일상의 감정선이 불안정해지면 작은 소리에도 마음이 금이 간다. 이번 주에는 특히 업무에서의 불확실함과 인간관계 속 작은 오해들이 마음을 자주 흔들었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은 “우리가 숨기는 감정은 결국 가장 취약한 순간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이번 주의 나는 바로 그 상태였다. 튼튼해 보이던 구조가 사소한 말의 진동에도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하나의 사실만큼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지탱하고 있는 줄 알았던 힘’이 사실은 겨우 균형 위에 서 있었다는 것. 그 틈을 인정하는 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Ⅳ. 틈을 외면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작은 회복
주 중반 즈음, 나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시도를 멈추기로 했다. 감정의 정체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고 합리화하려는 시도도 내려놓았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두었다.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은 **“우리가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회복의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사실 그 말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지키기 어렵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감정을 솔직히 마주한 이후에는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회복은 늘 거창한 변화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상태여도 괜찮다’는 조용한 인정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Ⅴ. 결론 — 감정의 틈에서 나를 다시 바라보다
한 주가 끝나갈수록 처음의 거친 감정들은 조금씩 결을 되돌려갔다. 여전히 완전히 안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최소한 감정의 흐름을 ‘부정하지 않는 법’을 배운 것 같다.
감정의 기복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 나를 지키는 틈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번 주의 기록은 완전한 회복의 이야기라기보다, 흔들림을 끌어안기 위해 조금 천천히 걸었던 내면의 작은 여정에 가깝다. 그 틈 속에서 나는 다시 ‘나’라는 감각을 되찾아가고 있다.
© 2025 틈의 기록 | 감정의 흐름을 따라 사유의 틈을 기록하는 ‘틈의 일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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