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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서 답을 찾다/현상의 틈

현상의 틈 - 작품과 관객, 이해의 틈

by Viaschein 2025. 11. 14.

 

현상의 틈 — 작품과 관객, 이해의 틈

글 · 틈의 기록 | 2025.11.14


 

 

“예술은 보는 사람의 눈에서 다시 태어난다.”
—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Ⅰ. 작품 앞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

전시장에서 사람들은 같은 작품을 보지만, 작품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누군가는 감탄하고,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하며, 누군가는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은 채 지나가기도 한다. 바로 그 지점에 작품이 의도한 메시지와 관객이 받아들이는 의미 사이의 간극이 생긴다.

 

최근 서울의 한 현대미술 전시에서 작가는 ‘불안한 시대의 초상’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 없는 인물을 그려 넣었다. 그러나 관람객 중 상당수는 그 작품이 ‘인간 소외’보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동일한 이미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온 것이다.

 

예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는 실패가 아니라, 예술이 살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Ⅱ. 의도와 해석 사이, 예술이 숨 쉬는 곳

 

영국 미술평론가 존 버거는 말했다. “우리는 눈으로 보지만, 마음으로 이해한다.” 즉, 작품과 관객 사이의 간극은 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틈에서 더 많은 의미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는 하나이지만, 관객이 가진 배경과 경험은 무수히 많다. 그래서 하나의 작품은 해석의 수만큼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설치미술 작품 중에는 작가의 ‘기후 위기 경고’라는 의도와 달리 관람객들이 ‘도시의 공허함’을 떠올리는 사례가 있었다. 작가가 작품과 함께 비치를 해둔 설명문이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으로 작품을 해석했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그대로’ 보고 있을 뿐이다.”
— 아나이스 닌(Anaïs Nin)

 

이 말처럼 예술은 작품을 중심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내면에서 재구성되며 다시 태어난다.


Ⅲ. 현대 예술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틈’

 

디지털 아트와 미디어 아트가 확장되면서 작품과 관객의 역할도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최근 인터랙티브 전시에서는 관객이 직접 움직임을 통해 작품을 변화시키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새로운 층위의 이미지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예술은 더 이상 바라보는 대상만이 아니라, 관객이 참여함으로써 완성되는 관계적 현상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와 관객이 받아들이는 의미 사이의 틈은 더욱 넓어지고, 때로는 그 틈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관객이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는 순간, 그 경험은 또 다른 ‘해석의 층’을 형성하며 작품은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다.

 

“예술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지, 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 밀로라드 파비치(Milorad Pavić)

 

Ⅳ. 이해의 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우리는 때때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어떤 작품을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감정 역시 예술 감상의 일부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경험은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감각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다.

 

작품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지를 바라본다면, 예술과의 관계가 훨씬 넓어지고 깊어진다. 때로는 작품의 의도보다 우리가 그 앞에서 느끼는 감각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Ⅴ. 결론 — 틈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감각

 

예술은 작가의 세계에서 시작되지만, 관객의 세계에서 완성된다. 두 세계가 완벽히 맞닿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사이의 틈이 예술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작품과 관객의 해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지만, 바로 그 어긋남이 새로운 의미를 낳는다. 우리는 그 틈 속에서 자신만의 감각과 해석을 발견하며, 예술을 삶의 언어로 받아들인다.

 

결국 예술의 가치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발견한 틈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예술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한다.”
— 폴 클레(Paul Klee)

© 2025 틈의 기록 | 작품과 관객 사이의 현상을 탐구하는 ‘현상의 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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