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문의 틈 — 학문 간 틈을 좁히는 방법
글 · 틈의 기록 | 2025.11.14
“지식은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 제임스 G. 마치(James G. March), 『조직과 모호성』
Ⅰ. 서로 다른 언어로 세계를 설명하는 학문들
과학은 증거로, 철학은 개념으로, 예술은 감각으로 세계를 이해하려 한다. 우리가 배워 온 학문들은 동일한 세계를 바라보지만, 각자 완전히 다른 언어와 방식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그래서 학문들이 서로 만나면 자연스러운 충돌이 생긴다. 경제학자는 숫자로 사회를 읽고, 문학 연구자는 서사로 세계를 이해하며, 심리학자는 인간의 내면 구조로 행동의 이유를 탐색한다.
서로 다른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학문의 틈’이다. 그리고 이 틈은 단순한 간극이 아니라 더 넓은 관점을 여는 출발점이 된다.
Ⅱ. 틈을 좁히기 위한 첫걸음 — 공통의 질문을 찾는 일
학문 간 협업은 '다른 분야를 억지로 섞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학문이 같은 질문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인간의 행복’을 연구할 때 경제학은 소득의 상관관계를, 심리학은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를, 사회학은 사회적 관계망을 연구한다. 질문은 하나지만, 답은 수없이 다양해진다.
미국의 인지과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말했다. “한 가지 관점만으로는 복잡한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 그의 다중지능 이론 또한 다양한 분야의 관찰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 낸 결실이었다.
“진리는 결코 하나의 학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
즉, 학문의 틈을 좁히기 위한 출발점은 서로 다른 학문이 만날 수 있는 공통의 질문을 발견하는 것이다.
Ⅲ. 충돌을 협력으로 바꾸는 ‘해석의 교차점’
학문을 융합하려고 할 때 종종 서로 다른 해석이 충돌한다. 우리가 AI 윤리를 논할 때 컴퓨터공학자는 기술적 안정성을 우선하고, 철학자는 인간 존엄성의 조건을 먼저 이야기하며, 법학자는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따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차이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틀을 통해 질문을 다시 확장하는 힘이 된다.
최근 대학교의 융합 연구에서도 ‘해석의 교차점’을 만드는 것이 강조된다. 연구자들은 각자의 언어를 고집하기보다 공통의 개념을 마련하고, 서로의 해석을 번역하며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간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인지과학, 환경심리학, 데이터 저널리즘 같은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학문들이다.
“혁신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만나는 순간에 일어난다.”
—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Ⅳ. 협업의 기술 — 학문 간 틈을 좁히는 실제적인 방법
학문 간 통합은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다.
첫째, 공동 연구 질문 설정하기.
서로 다른 분야가 모였을 때 문제를 ‘한 학문의 언어’로만 정의하지 않도록 한다.
둘째, 개념을 서로 번역하는 과정 갖기.
경제학의 ‘효용’이라는 개념은 심리학의 ‘만족감’과 다르다. 이 차이를 조율해야 연구가 깊어진다.
셋째, 데이터와 서사를 함께 보는 시각 만들기.
수치가 보여 주지 못하는 것들을 이야기와 질적 연구가 보완하고, 반대로 서사는 데이터의 근거로 더욱 탄탄해진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태도.
모든 학문은 강점을 가지지만 동시에 약점도 가지고 있다. 그 약점이 다른 분야와 연결될 때 새로운 지식이 탄생한다.
Ⅴ. 결론 — 틈을 좁히는 일이 더 넓은 세계를 연다
학문 간의 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틈을 좁히려는 노력은 세상을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하나의 관점만으로는 복잡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서로 다른 학문이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새로운 통찰이 태어나고, 인간과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 열린다.
결국 학문의 가치는 폐쇄된 영역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학문과 연결되는 순간 더 넓은 지식의 지평을 만드는 데 있다.
“지식은 분절될 때 약해지고, 연결될 때 강해진다.”
—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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