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의 사유50 빈 칸의 철학 - 우리는 왜 계획부터 세우는가 빈 칸의 철학 — 우리는 왜 계획부터 세우는가틈의 기록 · 2026.01.12"불확실성은 인간이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상태다." — 지그문트 바우만 Ⅰ. 빈 칸 앞에 앉는다는 것 다이어리를 펼쳐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하루를 마주할 때,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무엇을 할지, 어디에 시간을 쓸지, 어떤 결과를 남길지. 빈 칸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안을 먼저 불러온다. 이 하루가 아무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리면 어쩌지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빈 칸 앞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대신 계획을 적는다. 계획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설명해 주는 문장이다. 그 문장이 채워지는 순간, 하루는 비로소 안전해진다. Ⅱ. 계획은 통제의 언어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단순히.. 2026. 1. 12. 틈의 사유 - 건설의 속도가 느려진 도시에서 틈의 사유 - 건설의 속도가 느려진 도시에서틈의 기록 · 2026년 1월 12일도시는 오랫동안 빠르게 자라는 존재였다. 새로운 도로가 생기고, 건물이 올라가며, 숫자는 늘어났다. 건설은 성장의 가장 명확한 증거였다. 그러나 지금의 도시는 더 이상 같은 속도로 확장되지 않는다. 분양은 줄었고, 대규모 개발은 미뤄졌으며, 건설 산업은 ‘얼마나 더 지을 수 있는가’보다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먼저 묻고 있다. Ⅰ. 멈춘 것이 아니라, 방향이 바뀐 것 건설 경기가 둔화되었다는 말은 흔히 위기의 언어로 사용된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일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감각에 가깝다. 새로 짓는 건물은 줄어들었지만, 노후 인프라 보수, 공공 시설 개선,.. 2026. 1. 12. 절대 선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 - 윤리가 멈추는 자리에서 절대 선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 - 윤리가 멈추는 자리에서틈의 기록 · 2026.01.11“윤리는 명확할 때보다, 더 이상 명확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 틈의 기록 우리는 오랫동안 몇 가지 문장을 거의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다. 살인은 절대 악이며, 타인을 돕는 행위는 절대 선이라는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은 윤리를 빠르게 정리해 주고, 판단의 피로를 덜어 주며, 세계를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이해하게 만든다. 그러나 삶은 이 문장들이 작동하지 않는 순간들을 반복해서 만들어 왔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절대 선이라는 개념은 설명을 멈춘다. Ⅰ. 살인은 언제나 절대 악인가 살인은 인간의 생명을 의도적으로 박탈하는 행위다. 이 정의만 놓고 보면, 살인을 절대 악이라 부르는 데 주저함은 없다. 문제는 .. 2026. 1. 12. 기록의 틈 - 다이어리에 남지 않은 하루들 기록의 틈 — 다이어리에 남지 않은 하루들틈의 기록 · 2026.01.07"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쓰지만, 쓰지 못한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 수전 손택 Ⅰ. 다이어리를 펼치는 순간 새 다이어리를 펼칠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문장이 아니라 빈 칸이다. 날짜와 요일만 인쇄된 공간은 아직 어떤 사건도, 어떤 감정도 허락하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놓여 있다. 우리는 그 여백 앞에서 묘한 긴장을 느낀다. 이 하루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혹은 이 하루는 채울 만한 가치가 있는가. 다이어리는 기록의 도구이기 이전에 기준의 장치다. 우리는 그 빈 칸을 보며 하루를 평가할 준비를 한다. 의미 있었는지, 성실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지. 그렇게 다이어리는 시간을 저장하는 노트가 아니라, 삶을 선별하는 틀이 된다... 2026. 1. 11. '만약에 우리'와 공허 속의 성공 ‘만약에 우리’와 공허 속의 성공틈의 기록 · 2026-01-09“우리는 선택한 삶만을 살 수 있고, 선택하지 않은 삶은 언제나 질문으로 남는다.” — 밀란 쿤데라중국 영화 를 우리나라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만약에 우리〉는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은 우연, 가난하지만 꿈이 있고, 서로를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스무 살의 시간.그들은 많은 것을 처음 겪는다. 사랑, 오해, 갈등, 그리고 ‘현실’이라는 단어가 관계 안으로 천천히 밀려오는 순간까지.영화는 묻지 않는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누가 더 사랑했는지를.대신 이렇게 남긴다. 왜 어떤 관계는 미워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끝나야 하는가. Ⅰ. 죽음이 아닌, 완전한 헤어짐이라는 상실〈만약에 우리〉에서의 상실은 죽음이 아니다. 이 .. 2026. 1. 9. 틈의 사유 - 흔들리는 기준 앞에서 우리가 붙드는 것 틈의 사유 - 흔들리는 기준 앞에서 우리가 붙드는 것틈의 기록 · 2026.01.09“선과 악의 경계는 인간의 마음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우리는 ‘절대 선’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나의 도덕적 범위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절대적이라는 것은 이데아와 같아서 우리는 동굴에 비치는 그림자만 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모든 선이 상대적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절대 선은 종종 결과로 인식된다. 언제나 옳은 선택, 누구에게나 유익한 판단, 예외 없는 도덕적 명령. 그러나 경험은 말한다. 그런 선은 현실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이.. 2026. 1. 9. 이전 1 ··· 5 6 7 8 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