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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서 답을 찾다/경제의 틈

경제의 틈 - 소비의 후회가 반복되는 구조

by Viaschein 2025. 11. 28.

 

 

경제의 틈 - 소비의 후회가 반복되는 구조

글 · 틈의 기록 | 2025.11.28


“우리는 필요가 아닌 감정에 비용을 지불한다.”
—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 『생각에 관한 생각』

 

Ⅰ. 소비 후회는 왜 반복될까  - 지갑보다 마음이 먼저 열릴 때

 

쇼핑을 마친 뒤 찾아오는 익숙한 말이 있다. “괜히 샀나…?” 분명 필요해 보였고, 합리적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달라진다.

 

후회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갑보다 마음이 먼저 열리는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불안·지루함·보상·기대와 같은 감정을 먼저 소비한다.

 

그래서 실제 생활에서는 ‘필요해서 산 소비’보다 상황이 만들어낸 소비, 감정이 이끈 소비가 훨씬 많다. 문제는 감정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지출 기록뿐이라는 점이다.


 

Ⅱ. 즉각적 만족의 함정  - 뇌가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르다

 

후회하는 소비의 상당수는 즉각적 만족(instant gratification) 때문에 일어난다. 우리의 뇌는 ‘지금 느껴지는 기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나중의 부담’에는 둔감해지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출을 결정하는 것은 합리성이 아니라 충동이다.”
— 댄 애리얼리(Dan Ariely), 『상식 밖의 경제학』

 

앱 결제의 손쉬움, 빠른 배송, 1+1 프로모션, 한정판 문구… 이런 요소들은 우리의 ‘지금’만을 크게 자극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행복해지기 위해 산 것이 아니라,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을 경험한다. 구매 후 후회는 바로 이 불일치에서 발생한다.


 

Ⅲ. 비교의 시대 - ‘타인의 기준’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소비 압박

 

요즘 소비는 혼자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SNS는 끊임없이 새로운 구매 기준을 제시하고, 우리는 그 기준 속에서 자신을 측정하게 된다.

 

문제는 그 기준이 ‘내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맞춰진 기준이라는 점이다.

 

“비교는 우리를 낭비로 이어지게 한다.”
—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

 

남들이 쓰는 제품, 한 달 소비 브이로그, 추천 아이템 리스트… 이 모든 정보는 우리에게 ‘나도 저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만든다. 결국 후회는 소비가 아니라 기준을 잃어버린 데서 시작되는 감정의 결과다.


 

Ⅳ. 반복되는 후회에서 벗어나려면 - 기준을 다시 내 쪽으로 돌려놓기

 

소비 후회를 끊는 일은 절약이 아니라 ‘복구’의 과정이다. 흔들렸던 기준을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1) 구매 버튼 누르기 전 24시간 기다리기 — 충동의 열기 식히기


2) ‘나에게 필요한 이유’ 한 문장으로 써보기 — 타인 기준 제거


3) 월 1회 소비 회고 — 패턴 인식


4) 감정적 소비 기록 — 어떤 감정이 지출을 유도했는지 확인

 

중요한 것은 소비를 줄이려는 의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나를 흔드는지 아는 과정이다.


 

Ⅴ. 결론 - 후회는 나쁜 소비의 결과가 아니라, 잃어버린 기준의 신호다

 

우리는 후회할 때마다 ‘다음엔 안 그래야지’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후회가 반복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소비 기준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후회는 비난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지금의 나는 무엇에 흔들렸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신호다. 이 질문을 외면하지 않을 때 우리는 조금씩 달라진다.

 

“우리가 무엇을 사고 싶어 하는가를 알면, 결국 우리가 누구인지도 알게 된다.”
— 제임스 월먼(James Wallman), 『물건 과다 시대』

© 2025 틈의 기록 | 소비의 감정과 기준을 들여다보는 ‘경제의 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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