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닮아온 시간 위에 남겨진 질문들
틈의 기록 · 2026-01-29
Ⅰ. 우리는 이미 닮아 있었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자신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먼저 누군가를 닮으며 살아온다. 말투, 태도, 선택의 기준까지. 그 시작은 대개 아주 가까운 사람이다. 부모이거나, 보호자이거나, 혹은 처음으로 세상을 설명해 주던 존재.
그 닮음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한 방식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배운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이미 몸은 그 방식을 기억하고 있다.
“부족한 것은 있어도 틀린 것은 없다.”
모방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사회 속으로 들어오는 가장 자연스러운 통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Ⅱ. 다르다는 감각이 생겨나는 순간
어느 순간, 아이는 깨닫는다. 내가 닮아가고 있는 모습과, 내가 좋아하는 감각이 어긋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때부터 성장은 시작된다. 성장은 더 잘 닮는 일이 아니라, 닮지 못하는 부분을 인식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 어긋남은 종종 불편하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은 그 감각을 잠시 미뤄 둔다. 지금은 맞추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Ⅲ. 착함이라는 선택
이 연작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다름을 인식했지만, 그것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 사람들. 그들은 틀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다만 가장 덜 위험한 선택을 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 결과를 ‘착하다’고 부른다. 갈등을 만들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조용히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운 사람들은, 언제나 이유가 있었다.”
Ⅳ. 이 연작이 머무르려는 곳
이 글들은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또 다른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빠르게 지나쳐 온 몇 개의 순간들, 닮아야 했던 이유, 포기해야 했던 감각, 그리고 너무 늦게 요구받은 ‘창조’라는 말 앞에 잠시 멈춰 서기 위한 기록이다.
Ⅴ. 질문 하나만 남긴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스스로를 만들어 갈 준비가 되기도 전에 완성된 사람이기를 요구받았을까.
이 연작은 그 질문을 품은 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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