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착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틈의 기록 · 2026-01-30
Ⅰ. 착함은 성격일까, 방식일까
우리는 흔히 누군가를 “착한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 말이 마치 타고난 성품을 가리키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많은 경우, 착함은 성격이 아니라 환경이 만든 하나의 생존 방식이다. 갈등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하고, 누군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접는 습관은 대개 어린 시절, 관계 안에서 조용히 형성된다.
그 시작은 아주 단순하다. “이렇게 하면 칭찬받는다.” “이렇게 말하면 상처 주게 된다.” 그렇게 소리 없이 기준을 익히고, 그 기준에 맞추는 일이 익숙해진다.
“착함은 종종, 상처를 피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익힌 기술이다.”
Ⅱ. 첫 번째 기준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서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체에 가깝다. 그래서 아이는 부모의 얼굴에 비친 작은 표정 변화 하나까지 자기 존재의 안전함과 연결해 받아들인다. 말투, 감정의 결, 반응의 속도까지 모방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이 아닌 ‘관계가 요구하는 방식’을 먼저 배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오래 반복되면 아이는 ‘좋은 행동’을 선택하기보다 ‘문제를 만들지 않는 행동’을 선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착함은 종종 불안을 피하기 위한 가장 빠른 전략으로 탄생한다.
Ⅲ. 다름을 감추는 법을 먼저 배우는 사람들
성장은 다름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지만, 그 다름이 허용되지 않을 때 아이는 자신의 감각을 잠시 숨기는 쪽을 택하게 된다. 취향, 욕구, 불만, 소망— 이 모든 것을 억누르고 상황에 맞추는 일은 겉으로는 얌전함으로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자기 부정의 축적이 된다.
그러다 보면 착한 사람은 타인을 실망시키는 일보다 자기 자신을 잃는 일을 덜 두려워하는 법을 먼저 배운다. 이 지점에서 착함은 더 이상 성품이 아니라, 자기 보호의 전략이 된다.
“부족한 것은 있어도 틀린 것은 없다.”
그러나 이 문장을 자기 몫으로 이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Ⅳ.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는 것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착한 사람은 익숙한 방식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관계가 안정되는 순간보다 관계가 흔들릴까 두려운 순간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을 조율하기보다는 조용히 자신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착한 사람은 누구보다 타인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가는 힘을 갖고 있다. 그 능력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 능력이 종종 자기를 희생시키는 방식으로만 쓰인다는 점이다.
Ⅴ. 질문 하나만 남긴다면
착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을 피하는 법을 먼저 배웠던 사람, 그러나 결국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세상을 배워야 하는 사람.”
이 연작은 바로 그 사람들—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이제는 자신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려는 사람들에게 작은 질문 하나를 남기려 한다.
당신이 원하는 모습은, 언제부터 말할 수 있는 것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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