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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의 사유

시선의 이동 — 책임은 어디에 머무는가

by Viaschein 2026. 1. 26.

틈의 기록 · 2026.01.26

시선의 이동 — 책임은 어디에 머무는가

“우리는 사실을 판단한다고 믿지만, 실은 시선이 만든 구도를 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Ⅰ. 같은 사실, 다른 이야기

 

같은 현상을 두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가 있다. 숫자는 변하지 않았고, 사건의 순서도 동일하다. 그런데도 결론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증시는 오르고 있고, 실물경제는 여전히 버겁다. 이 두 문장은 모두 사실일 수 있다. 문제는 이 둘을 어떻게 엮느냐에 있다.

 

이것은 설명인가, 암시인가?

 

현상을 보여주는가, 감정을 유도하는가?

 

사실은 하나지만, 시선이 놓이는 위치에 따라 그 사실은 경고가 되기도 하고, 불안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Ⅱ. 시선이 이동할 때 책임은 이동한다

 

시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어디를 바라보느냐는 무엇을 원인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와 저성장을 나란히 배치하는 순간, 독자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연결을 상상한다. 설명되지 않은 인과가 마치 이미 증명된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때 책임은 구조에서 사라진다. 복합적인 세계 경제, 정책의 시간차, 산업 전환의 비용 같은 맥락은 흐릿해지고, 대신 막연한 불안만 또렷해진다.

 

시선이 이동한 자리에는 언제나 책임의 공백이 남는다.

 

Ⅲ. 주장과 불안은 다르다

 

누구나 주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주장을 글로 표현할 자유는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다.

 

그러나 주장이 설명을 포기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의견이 아니라 정서적 장치가 된다.

 

이 글은 무엇을 이해시키려 하는가?

 

아니면 무엇을 두려워하게 만들려 하는가?

 

불안은 언제나 단순한 구조를 선호한다. 복잡한 원인보다 직관적인 위협을 제시할 때 더 빠르게 확산된다.

 

그 단순화의 과정에서 책임은 설명되지 않은 채 독자의 마음속으로 전가된다.

 

Ⅳ. 반박은 침묵보다 윤리적이다

 

그래서 반박이 필요하다. 그것은 억압이 아니라 균형이다.

 

사회적 불안을 유도하는 서사는 침묵 속에서 가장 강해진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을 때, 그 시선은 사실처럼 굳어진다.

 

반박은 말한다. 이 연결은 필연이 아니며, 이 공포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이 불안은 사실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면 의도된 배열의 결과인가?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책임은 다시 글을 쓴 자리로 되돌아온다.

 

Ⅴ. 시선을 묻는 사회만이 버틴다

 

시선의 이동은 자연스럽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다시 본다.

 

그러나 그 이동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방향인지, 이해를 확장하는 방향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책임은 언제나 시선이 멈춘 지점에 놓여 있다. 무엇을 보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보게 했는지를 묻는 사회만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틈, 그곳에서 우리는 다시 답을 찾는다.

 

“불안은 빠르게 퍼지지만, 사유는 천천히 쌓인다.”

© 2026 틈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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