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계급과 사내 정치
"이 수용소에서 저 수용소로 몇 년 동안 끌려다니다 보면 결국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만 살아남게 마련이다."
이 문구는 과거 강제 수용소의 현실을 묘사한 것 같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존재한다. 특히 조직 내에서 승진과 관련된 경쟁이 발생할 때, 우리는 이와 유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실력과 성실함보다는 사내 정치와 관계 맺기에 능한 사람이 더 빠르게 승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사 내에서 오랜 기간 동안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직원이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철저히 관리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낸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사내 정치에 능한 다른 직원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는 상사와의 친밀도를 높이고, 술자리 문화를 활용하며,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다. 결국 승진의 기회가 왔을 때, 실무 능력보다 관계를 잘 맺은 사람이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착한 사람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이 인정받는 세상은 왜 생기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착한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보다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는 데 집중한다. 반면, 승진을 원하는 사람들은 실적뿐만 아니라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상사에게 자신의 가치를 강조하며, 영향력 있는 그룹과 유대감을 쌓는다. 이는 단순히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하느냐의 문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성실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동료가 먼저 상무로 승진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는 상사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더 능숙했고, 자신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공은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지만, 회사 내부의 부조리를 목격한 후 스스로 회사를 떠나 창업의 길을 걷는다.
승진과 회사의 손익
표면적으로 보면, 승진을 위해 사내 정치에 집중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영리한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관점에서는 꼭 그렇지 않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인재다. 그러나 사내 정치가 승진의 핵심 요소가 되는 순간, 역량보다 관계가 더 중요해진다. 이로 인해 회사 내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실질적인 업무보다 관계 형성이 우선순위가 됨 – 직원들이 본업보다는 상사와의 관계 유지, 사내 행사 참석, 인맥 쌓기에 집중하게 된다.
- 역량 있는 인재의 이탈 – 실력 있는 직원들이 승진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그들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나게 된다.
-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 사내 정치가 성행하면 단기적으로는 조직이 유지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 인재가 부족해지고, 실질적인 성과가 저하된다.
결국, 승진을 위한 경쟁이 결과 중심으로만 이루어질 경우, 필연적으로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사라지고, 개인적인 영달을 추구하는 사람이 이익을 보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런 분위기가 고착된 조직은 점점 경쟁력을 잃고, 발전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진다.
더 나은 선택: 실력으로 기회를 잡는 방법
그렇다면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사내 정치에 집중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유리한 선택은 진짜 실력을 쌓아 언젠가 더 큰 기회를 잡는 것이다.
이 전략을 현실에서 적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접근법이 필요하다.
- 핵심 역량 강화 – 내가 맡은 업무에서 확실한 전문가가 되기. 사내 정치가 승진의 중요한 요소라고 해도, 결국 실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평판 관리 – 실력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신뢰를 쌓아두기. 단순히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후배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 전략적 네트워킹 –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실력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여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 새로운 기회 탐색 – 현재 회사에서 성장 가능성이 없다면,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이직일 수도 있고, 창업일 수도 있다.
결론
우리는 종종 조직 내에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만, 그 속에서도 각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존재한다.
사내 정치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단기적으로 승진이라는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결국 실력이 없는 사람은 환경이 바뀌면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묵묵히 실력을 쌓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성장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단기적인 승진이 아닌 장기적인 커리어 성장을 고려한다면, 사내 정치보다는 실력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