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거리2 사람의 틈 — 조건만 보고 결혼한 부부 사람의 틈 — 조건만 보고 결혼한 부부글 · 틈의 기록 | 2025.11.01“사랑은 계산이 아닌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때로 그 선택조차 이해가 필요한 수학이 된다.”—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Ⅰ. 사랑의 시작, 혹은 계산의 시작 그들의 결혼은 낭만이 아닌 조건에서 출발했다. 안정적인 직업, 괜찮은 외모, 사회적으로 어울리는 조건들. 누가 봐도 ‘이성적인 선택’을 한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성의 영역에서 시작된 결혼은, 감정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 균열을 맞았다.그는 신중했고, 그녀는 현실적이었다. 서로의 계산이 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피어났다. 이유를 찾기보다, 그들은 서로의 ‘합리성’을 방패로 삼았다. Ⅱ. 감정 없는 이해, 이.. 2025. 11. 4. 사람의 틈 — 친구 사이의 거리감에 대하여 사람의 틈Ⅰ. 다시 만나도 어딘가 낯선 얼굴민지는 오랜만에 수진을 만났다. 대학 시절, 새벽까지 이야기하며 웃던 친구였다. 둘은 카페 구석 창가에 마주 앉았다. 커피잔에서 김이 피어오르는 동안, 대화는 어색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표면만 흘렀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힘이 없었다.수진은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 이야기를 했다. “요즘은 거의 밤 10시 넘어야 퇴근해. 그래도 재밌긴 해.” 민지는 그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지만, 말없이 시선을 커피 위에 떨구었다. 자신은 몇 달째 일을 쉬며, 그저 느리게 지내고 있었다. 창밖의 햇살이 따뜻했지만, 마음속에는 묘한 한기가 돌았다.“우리 예전엔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얘기가 끝이 없었잖아.” 민지가 말하자, 수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 2025. 10. 30.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