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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서 답을 찾다/경제의 틈

경제의 틈 - 가계부를 적어도 돈이 안 모이는 이유

by Viaschein 2026. 2. 6.

 

경제의 틈 - 가계부를 적어도 돈이 안 모이는 이유

글 · 틈의 기록 | 2026.02.06


 

“사람은 숫자를 기록한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을 바꾸지는 않는다.”
—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Ⅰ. 가계부를 쓰는 것과 돈이 모이는 것은 다르다

 

매달 가계부를 꼼꼼히 적는다. 커피값, 교통비, 카드 결제 내역까지 빠짐없이 기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어디에 썼는지는 다 아는데, 통장 잔고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정도밖에 안 남았나”라는 허탈함이 먼저 든다.

 

여기서 하나의 틈이 생긴다. **기록은 하고 있지만, 선택의 방식은 그대로인 상태.** 가계부는 숫자를 남겼을 뿐, 삶의 리듬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Ⅱ. ‘다 알고 있는데 왜 같을까’라는 질문

 

한 지인은 가계부 앱을 2년 넘게 사용했다. 월별 통계, 소비 카테고리 분석까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제 어디에 돈을 쓰는지는 다 알아. 근데 줄어들지는 않아.”

 

그의 소비를 보면 특별히 낭비라고 할 만한 항목은 없다. 다만 매번 선택의 순간에 이렇게 판단한다. “이 정도는 괜찮아.”

 

문제는 이 ‘괜찮음’이 반복될수록 기준이 느슨해진다는 점이다. 가계부는 과거를 설명하지만, **지출을 결정하는 순간의 감정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


Ⅲ. 돈이 새는 지점은 ‘큰 지출’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틈’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를 큰 지출에서 찾는다. 여행, 가전, 자동차 같은 항목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복되는 소액 지출과 그때마다 작동하는 판단 방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오늘은 피곤하니까.” “이건 스트레스 해소니까.” 이런 이유들은 모두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 합리화가 매번 같은 방향으로 작동할 때 소비의 틈은 넓어진다.

 

가계부에는 커피값 6천 원으로 남지만, 그 뒤에 있던 선택의 맥락은 기록되지 않는다. **이 보이지 않는 틈이 돈을 머무르지 못하게 만든다.**


Ⅳ. 보상처럼 쓰이는 소비

 

또 다른 사람은 월급날만 되면 작은 선물을 산다. 옷 한 벌, 책 몇 권, 평소보다 조금 좋은 식사.

 

그는 말한다.

“이 정도는 나한테 해도 되잖아.” 그 말에는 지난 한 달을 버텨낸 자신에 대한 보상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이 소비가 특별한 날이 아니라 매달 반복되는 의식이 되었다는 점이다. 보상은 습관이 되었고, 습관은 고정 지출이 된다.

 

이때의 틈은 **저축과 소비를 대립적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생긴다. 참아야 모을 수 있다는 생각은 소비를 더 강한 보상으로 만든다.

 

“돈 관리의 핵심은 계산이 아니라, 습관을 설계하는 일이다.”
—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

Ⅴ. 결론 — 가계부의 다음 단계는 ‘선택을 바꾸는 기록’이다

 

가계부는 충분히 좋은 도구다. 다만 그것이 단순한 소비 일기가 될 때, 변화는 멈춘다.

 

경제의 틈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이 선택을 했는가.”

 

가계부에 숫자 대신 한 줄의 메모를 더해보는 것. ‘피곤해서’, ‘보상으로’, ‘습관처럼’. 이 작은 기록은 소비의 패턴을 드러내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돈이 모이지 않는 이유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은 선택이 반복되는 틈을 아직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 틈을 인식하는 순간, 가계부는 비로소 돈이 머무를 자리를 만든다.


© 2026 틈의 기록 | 일상의 경제적 선택을 다시 바라보는 ‘경제의 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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