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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에서 답을 찾다/학문의 틈

학문의 틈 - 아직 탐구되지 않은 질문

by Viaschein 2025. 11. 10.

학문의 틈 — 아직 탐구되지 않은 질문

글 · 틈의 기록 | 2025.11.10


 

 

“모든 진보는 새로운 질문에서 시작된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Ⅰ. 질문의 본질, 앎의 시작

 

인간의 학문은 언제나 질문에서 출발했다. 고대의 철학자들이 별을 올려다보며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를 묻던 순간부터, 현대 과학자가 “의식은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탐구하는 지금까지 — 모든 지식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태어났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문은 점점 ‘정답을 증명하는 구조’로 향한다. 새로운 질문보다는, 이미 설정된 가설을 확인하고 체계화하는 데 머무는 경향이 있다. 과학적 기법을 도입해서 증명된 논리적인 이론이 하나의 정답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탐구되지 않은 질문은 종종 비효율적이라 여겨지고, 논문이라는 체계 속에서는 “근거 없는 사유” 또는 "쓸데 없는 사유"로 분류된다.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는 『진리와 방법』에서 이렇게 말했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이미 앎의 방향을 스스로 설정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질문의 부재는 학문의 정체를 의미한다. 아직 탐구되지 않은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지식의 근원을 돌아보게 하는 **틈의 시작점**이다.


 

Ⅱ. 답보다 더 중요한 물음

 

학문은 종종 답을 내놓는 것에 집중하지만, 사실 **좋은 질문이야말로 더 큰 발견을 이끈다.** 천문학자들은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다 “왜?”라고 묻는 대신 “어떻게?”를 물었고, 그 질문이 과학혁명을 일으켰다.

 

심리학자 카를 융은 “인간의 마음은 이해되기보다, 이해하려는 시도 속에서 성장한다”고 했다. 질문은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를 확장하는 행위**다. 따라서 학문의 틈이란, 답이 부재한 공백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가 자라나는 공간이다.

 

“질문하지 않는 지식은 이미 죽은 지식이다.”
— 파울 틸리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의 학문은 점점 산업화된다. 연구비, 결과, 효율성, 논문 인용 지수 등은 학문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을 가려버린다. 이러한 산업화는 결과에 집착하게 만든다. 하지만 학문의 본질은 생산성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끈질기게 탐색하려는 태도**에 있다고 본다.


 

Ⅲ. 학문과 현실의 간극

 

학문이 현실로부터 멀어지는 이유는, 그 언어가 점점 추상적이 되고, 논문 형식의 규범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지식의 결과만을 소비하고, 그 과정의 ‘사유’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질문의 본질은 언제나 **현실의 틈**에서 자란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학문은 언제나 불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한 이론은 현실을 담기엔 너무 단단하고, 세상은 그보다 더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탐구되지 않은 질문’은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학문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징후**다.

 

학문이 현실과 다시 만나려면, 학자는 자신의 전공 언어를 벗어나야 한다. 수학자가 예술을 이해하고, 인문학자가 데이터를 해석할 때 비로소 새로운 인식의 틈이 열린다.


 

Ⅳ. 틈 속의 사유, 경계를 넘는 학문

 

최근 학문은 ‘융합’과 ‘통섭’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분야의 경계를 허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융합은 단순히 협업이나 데이터 공유가 아니다. 그것은 서로의 사유 방식을 이해하고, 질문을 나누는 일이다.

 

철학자 에드가 모랭은 “복잡성은 단순함의 부정이 아니라, 그 확장”이라고 했다. 학문이 복잡성을 받아들일 때, 세상은 더 넓은 구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학문이 만나는 지점, 그 틈에서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

 

“학문은 경계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가로지르는 용기에서 성장한다.”
— 브루노 라투르

 

결국, 학문의 틈은 무지의 공간이 아니라 성장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는 마찰을 통해 이전에 없던 통찰을 얻는다.


 

Ⅴ. 결론 — 탐구되지 않은 질문의 힘

 

아직 탐구되지 않은 질문은, 인간이 여전히 사유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것은 불완전함의 징표이자, 우리가 멈추지 않고 배우는 존재라는 증거다.

 

이사야 벌린은 “인간의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의 폭에 달려 있다”고 했다. 학문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질문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학문이 제도화되고, 사유가 멈춘다.

 

‘학문의 틈’은 완성되지 않은 문장처럼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 미완의 상태 속에서만 인간은 다시 묻고, 생각하고, 배우며, 성장한다.

 

“나는 해답보다 질문을 더 사랑한다. 해답은 끝을 말하지만, 질문은 새로운 세상을 연다.”
— 자크 데리다

 

아직 탐구되지 않은 질문들. 그곳이야말로 학문이 다시 태어나는 진정한 시작점이다.


© 2025 틈의 기록 | 지식과 사유의 경계를 탐구하는 ‘학문의 틈’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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