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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의 사유

'만약에 우리'와 공허 속의 성공

by Viaschein 2026. 1. 9.

 

‘만약에 우리’와 공허 속의 성공

틈의 기록 · 2026-01-09
“우리는 선택한 삶만을 살 수 있고, 선택하지 않은 삶은 언제나 질문으로 남는다.” — 밀란 쿤데라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우리나라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만약에 우리〉는 사랑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은 우연, 가난하지만 꿈이 있고, 서로를 믿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스무 살의 시간.

그들은 많은 것을 처음 겪는다. 사랑, 오해, 갈등, 그리고 ‘현실’이라는 단어가 관계 안으로 천천히 밀려오는 순간까지.

영화는 묻지 않는다. 누가 더 잘못했는지, 누가 더 사랑했는지를.

대신 이렇게 남긴다. 왜 어떤 관계는 미워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끝나야 하는가.

Ⅰ. 죽음이 아닌, 완전한 헤어짐이라는 상실

〈만약에 우리〉에서의 상실은 죽음이 아니다. 이 점이 이 영화를 더 현실적으로, 더 아프게 만든다.

이 상실은 완전한 헤어짐이다. 연인 관계의 종결이자, 그 이전에 존재했던 친구 관계마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는 상태.

서로 살아 있고, 어딘가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다시는 ‘우리’로 돌아갈 수 없는 단절.

죽음은 애도를 허락하지만 완전한 헤어짐은 그렇지 않다. 잃었지만 설명할 수 없고, 슬퍼하지만 공식적인 이유를 붙이기 어렵다.

그래서 이 상실은 더 오래 남는다.

“끝났다는 사실보다, 끝났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 더 어렵다.”

Ⅱ. 배려가 짐이 되는 순간

서로를 위했던 마음은 어느 순간부터 무게가 된다.

더 나은 선택을 하라는 배려, 지금은 참고 견디자는 이해, 상대를 위해 미루는 자신의 욕망들.

사랑은 처음엔 버팀목이지만 현실 앞에서는 점점 책임의 형태로 바뀐다.

영화 속 그들은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 다만 지쳐간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라라랜드〉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Ⅲ. ‘만약에 우리’와 ‘라라랜드’가 만나는 지점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만약에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만약에 우리〉는 그 질문을 제목으로 던진다.

두 영화가 닮은 이유는 사랑의 실패 때문이 아니다.

성공과 사랑이 동시에 유지되기 어려운 청춘의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사랑했기에 각자의 삶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관계의 종결을 동반한다.

그래서 이 이별은 비극이 아니라 필연에 가깝다.

Ⅳ. 성공은 왜 공허 속에서 찾아오는가

사랑이 끝난 뒤, 시간이 흐르고, 각자는 어느 정도의 성공에 도달한다.

그러나 그 성공은 완전하지 않다.

보여줄 사람이 없고, 함께 기뻐할 대상도 사라졌으며, 이 선택이 옳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뒤늦은 독백처럼 느껴진다.

상실 이후의 성공이 공허한 이유는 무언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함께 나눌 ‘우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택은 언제나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다른 가능성을 잃는 일이다.” — 장 폴 사르트르

Ⅴ. ‘만약에’라는 질문이 남는 자리

〈만약에 우리〉는 말한다. 어떤 사랑은 끝났기 때문에 의미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끝났기 때문에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그 질문은 계속 남는다.

만약에 우리가 그 집에 계속 있었다면.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만약에 우리가....

영화속에서 처절하게 울리는 이 질문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와 현재의 거대한 틈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틈은 영화를 보는 우리의 가슴속에 커다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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